긁어부스럼
오늘도 열심히 썼다가 지웠습니다.
할 말은 많지만 나열하자면 너무 길어지는 걸요.
저는 마비노기라는 게임을 참 종아합니다.
캐쥬얼 MMORPG라는 장르와 생활 계통이 존재한다는 게 가장 큰 메리트이지만 그것만 가지고 좋아한다고 표현하지는 않습니다.
많은 올드비들, 연어들이 말하는 그 게임만의 감성이 깃든 옛 추억이 좋다는 것에 좀 더 부합합니다. 유저들 분위기도 엄청 좋았어요.
물론 지금은 그 때와는 많은 게 달라졌습니다. 그야 세월이 지나면 환경도 바뀌고 사람도 바뀌니까 이상할 건 없습니다.
조금 아쉬울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해서 추억에 마냥 젖어있진 않아요.
대부분 접는 이유인 '오랜만에 친구창을 열어보니 전부 빨간불이더라, 다들 접고 나간대서 나도 못하겠다' 같은 건 경험해본 적이 없습니다.
라떼감성이긴 하지만, 그 시절에는 굳이 지인이 아니더라도 두루두루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였던 것도 한 몫 했습니다.
지나가다가 말 거는 게 이상하지 않았고, 처음보는 사람한테 '우리 알비 던전 가요' 라면서 갑자기 파티를 맺는 것도 흔한 일이었네요.
물론 지금도 지나가다가 말을 걸려면 걸 수는 있는데 대부분 던바튼 석상이라는 것, 빠르게 사라진다는 것, 부캐들 위주인 것이 좀 아쉽습니다.
주변에 다가가기만해도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계시고요. 류트같은 곳은 좀 다를 수도 있겠네요.
(일전에는 프리스타일 잼이 진행중이길래 다른 악기를 들고 참여했더니 곡이 취소됐습니다.😥 실수로 눌린 걸 수도 있겠지만 모르는 사람이랑 연주하는 게 당혹스러워진 세상이라니, 각박하군요.)
그래도 운영진이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같아요! 어쩜 이리도 20년째 한결같을 수가 있나!
나크 시절에도 절대로 좋지 않았습니다. 찍먹해봤거나 안 겪어본 사람들의 환상과 더불어 오래되니까 기억이 풍화되어 미화된 분들이 많은데, 그 시절에도 좋았던 적은 없었어요! 그 시절에 좋았던 건 어떻게든 그걸 극복하려고 나름대로 머리 굴려가면서 뭉치던 유저들의 분위기였습니다.
캠프셰어링 기능같은 건 멋있었어요. 다들 나무열매 열심히 주워다가 먹고, 사과 따서 솜씨 올린다고 먹고...
참. 이제 티르 코네일 광장 한 가운데에 캠프 파이어 못 피우는 거 아세요? 제네레이션 npc가 있어서 막혀버렸습니다.
마비노기 모바일은 아예 거기에 캠파를 박아놨더라고요.
어쨌든. 그럼에도 불구하고. 불만은 있을지언정 운영진이 게임을 개발하는 것에 있어서 운영진한테 욕을 박아본 적은 없습니다.
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해달라고 응원을 한 적은 있었어도, 화를 내본 적은 없다구요. 근데 이제는 화가 납니다.
SNS나 카페 활동을 하지 않아서 다른 분들과 의견 교류가 없다보니 상대적으로 덜 불타는 거였을지도...
세상이 어느새부터인가 이분법적으로 구분되기 시작했습니다. 게임이라고 다를 건 없지요.
그런데 가면 갈 수록 과열되고 있네요. 그리고 거기에 기름을 붓는 건 누구일까요.
통칭 쌀먹, 겜안분, 분탕 등등 이름은 다양하지만 그런 딱지를 붙이는 건 또 누구인가요.
근본적인 문제는 게임의 개발 방향을 정하는 디렉터에게 있는 게 아닌가요?
디렉터를 위시한 공공의 적을 만들자는 건 아니지만, 적어도 유저들끼리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.
저마다 싸우는 이유는 다르겠지만, 기본적으로는 '나와 의견이 다르니까'라는 게 기저에 깔려있지 않나 싶어요.
그래도 의견이 다르다고 쌀먹 취급하고, 운영진이 고용한 알바생 취급하고 이런 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.
그걸 또 성별을 비롯한 다른 구분으로 넘겨짚는 건 정말 안 될 일이고요.
물론 계정을 여러개 가져오거나 vpn따위로 ip를 바꿔가며 여론을 조작하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겠지요.
너무 무례한 사람들은 굳이 대응하지 않고 넘어가는 게 좋습니다.
저도 사람인지라 싫어하는 사람, 꼴도 보기 싫은 사람이 존재합니다.
차단을 할 수 없다면 그냥 제가 그 글을 떠나는 게 최선이겠죠. 열은 받지만 피곤하게 싸우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.
게임을 다양하게 플레이해본 건 아니지만, 결국은 운영 행보보다는 같은 유저때문에 접게되는 일이 대부분인 것같아요.
겜안분 아니라면서요. 장기 플레이 유저에 마공 1600 넘는다면서요.
저도 게임 망했다느니, 탈출은 지능순이니 하는 소리 듣는 거 진짜 싫어하지만, 디렉터라면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말할 게 아니라 유저들이 게임 망하라는 소리를 왜 하는지 그것부터 좀 생각해봐야 하는 거 아닐까요?
어쩜 이렇게 손 대는 족족 말도 안 되는 패치 노선을 잡는지 모르겠어요. 방향성을 알고 싶습니다.
어제 테스트 서버에 적용된 마공 계산식은 아직 본서버에 적용된 건 아니라 아직은 바뀔 수 있지 않나 싶지만, 그게 정말 최선이었나요?
왜 유저들끼리 닼메는 지금까지 꿀 빨았지 않았느냐, 광직단이냐 등의 무례한 말을 서로에게 던져가면서 치고받아야하는 건지 모르겠어요.
저번 새우 하향 때도 뉴비는 어쩌라고 vs. 언제부터 뉴비 챙겼다고로 여론 개판났는데 전혀 신경 안 썼죠? 이번에도 그럴 건가요?
콜라보 이벤트도 맥락이 없어요. 브랜드의 인지도 문제가 아니라 인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단 하나도 없고, 패턴도 딱 봤을 때 마비노기가 연상되지 않았어요. 어떤 의도로 준비된 콜라보인진 몰라도 제가 느끼기엔 정말 성의없었어요. 이거 게임이예요 게임. 마비노기가 에린워커냐고요.
기대가 없어도 실망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계속 체감하고 있답니다.